안경을 새로 맞추고 나서 "잘 보이기는 한데 뭔가 불편하다"고 느껴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도수가 틀렸나 싶어 다시 재 보면 값은 맞다고 나옵니다.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가장 잘 보이는 도수와 가장 편한 도수가 늘 같은 값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계로 잰 값이 그대로 처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이에 한 걸음이 더 있고, 거기서 무엇을 따지는지 알면 안경을 맞추러 갈 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분명해집니다. 이 글은 그 한 걸음을 들여다봅니다.

측정된 도수와 처방된 도수는 같지 않습니다

목재 책상 위에 떨어져 놓인 안경 두 개와 표지가 빈 노트

빛이 각막과 수정체를 지나 망막에 맺혀야 상이 선명합니다. 초점이 망막 앞이나 뒤에 맺히면 흐려 보이고, 안경은 그 초점을 망막 위로 옮겨 놓는 장치입니다. 여기까지는 계산입니다.

이렇게 계산으로 나온 값을 완전교정 도수라고 부릅니다. 계산상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값입니다. 그런데 실제 처방은 이 값에서 조금 비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이 계산기처럼만 굴러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눈에는 스스로 초점을 당기는 조절 기능이 있습니다. 젊을수록 이 힘이 큽니다. 검사할 때 이 힘이 덜 풀려 있으면 실제보다 도수가 높게 나올 수 있고, 그 값을 그대로 넣으면 먼 데는 또렷한데 가까운 것을 볼 때 눈이 금방 피로해집니다. 그래서 검사에서는 그날 이 힘이 얼마나 끼어들었는지도 같이 봅니다.

검사에서 도수만 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진단장비 안내에 쓰임이 다른 장비가 여럿 있는 것은, 도수 말고도 각막 모양이나 눈물막처럼 잰 값이 안정적인지를 좌우하는 것들을 따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눈이라도 아침에 잰 값과 저녁에 잰 값이 조금씩 다른 것도 이 때문입니다. 화면을 오래 본 뒤에는 눈에 힘이 들어간 채로 남아 있을 수 있고, 그 상태에서 재면 실제보다 근시 쪽으로 치우쳐 나오기도 합니다. 몇 시에 쟀는지, 그날 눈이 어땠는지가 값에 섞여 든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한 번 잰 숫자를 확정된 답처럼 쓰지 않습니다.

반대쪽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수를 조금 낮춰 넣으면 눈은 편한데 멀리가 덜 선명합니다. 운전을 자주 하시는 분과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시는 분에게 같은 값을 권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처방에는 정답이 하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으로 조금 기울여 줄지를 고르는 일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그분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느냐입니다.

그래서 "몇 대 몇 나왔다"는 숫자만 받아 오면 정작 중요한 것이 빠집니다. 같은 숫자라도 어느 쪽으로 기울여 잡은 값인지를 같이 들어 두셔야, 나중에 불편할 때 어느 쪽으로 고치면 되는지 압니다. 숫자만 있고 이유가 없으면 다음에도 처음부터 다시 재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거리에서 편해야 하는가가 먼저입니다

꺼진 모니터와 백지 서류 사이로 시선을 옮기는 사무실 책상 풍경

그래서 검사할 때 "평소에 주로 무엇을 하십니까"를 자주 여쭙습니다. 그냥 건네는 인사가 아니라, 그 대답이 도수를 정하는 데 실제로 쓰입니다.

멀리를 자주 보는 생활이라면 완전교정에 가깝게 잡는 편이 유리합니다. 운전, 강의실, 야외 작업처럼 거리가 먼 대상이 중심인 경우입니다.

가까운 거리를 오래 보는 생활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모니터와 서류 사이를 하루 종일 오가신다면, 멀리가 조금 덜 선명하더라도 가까운 데서 눈이 덜 지치는 쪽이 실제로 쓰기에 낫습니다.

중간 거리를 빠뜨리는 경우도 흔합니다. 모니터는 책보다는 멀고 길 건너 간판보다는 가깝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이 거리에서 보내는데 도수는 먼 데 기준으로만 잡혀 있으면, 숫자는 맞는데 하루가 피곤합니다. 안경을 새로 맞추고 "예전 게 더 편했다"고 하시는 분들 상당수가 여기에 걸립니다. 예전 안경이 우연히 그 거리에 맞아 있었던 것입니다.

거리를 말씀하실 때는 몇 시간이나 보는지까지 같이 말씀해 주십시오. 하루에 십 분 보는 거리와 여덟 시간 보는 거리는 처방에서 무게가 다릅니다. 잠깐씩 자주 보는 거리보다, 오래 붙잡고 있는 거리가 기준이 됩니다.

나이가 들면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노안은 가까운 거리에 초점을 맞추는 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이때부터는 도수 하나로 모든 거리를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어느 거리를 이 안경에 맡기고, 어느 거리는 따로 해결할지를 처방과 함께 정하게 됩니다. 가까운 것 볼 때 쓸 안경을 따로 두는 것도 그 방법 중 하나입니다.

하늘안과의원 (강남 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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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시 축과 좌우 차이가 만드는 적응 구간

가까운 거리·중간 거리·먼 거리를 표시한 수평 거리축 도식

도수 말고도 처방을 흔드는 것이 둘 더 있습니다.

첫째는 난시의 방향입니다. 난시는 크기와 방향이 한 쌍이라, 크기가 같아도 방향이 다르면 처방이 달라집니다. 이 방향이 조금만 바뀌어도 처음 며칠은 바닥이 기울어 보이거나 물건 가장자리가 어긋나 보일 수 있습니다. 대개는 눈이 새 안경에 익숙해지는 적응 기간입니다. 여기서 "잘못 맞췄네" 하고 서둘러 바꾸면 오히려 더 오래 걸립니다. 다만 며칠이 지나도 똑같으면 방향을 다시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둘째는 양쪽 눈의 차이입니다. 좌우 도수 차이가 크면 두 눈에 맺히는 상의 크기가 달라져서 어지럽거나 쉽게 피곤해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계산상 딱 맞는 값보다 양쪽 차이를 좁히는 쪽으로 잡기도 합니다. 한쪽 눈만 정확히 맞춰 놓으면 두 눈으로 볼 때가 오히려 불편해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붙는 것이 안경이 얼굴에 놓이는 자리입니다. 같은 도수라도 렌즈가 눈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얼마나 기울어 걸리는지에 따라 눈이 느끼는 정도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도수가 높을수록 이 차이가 크게 옵니다. 도수는 그대로인데 안경테만 바꾸고 느낌이 달라졌다면 이쪽을 의심해 보실 만합니다.

이 둘은 숫자가 맞았느냐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두 눈으로 같이 볼 때 편하냐로 판단합니다. 그러니 처방에는 사람이 내리는 판단이 들어가고, 왜 그렇게 정했는지 물어보실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 하늘안과는 전문의료진 안내에 담당 분야를 나누어 두고 있으니, 도수 이야기를 어느 쪽에서 들을지도 미리 보고 가시면 됩니다.

새 안경을 맞출 때 확인하는 순서

아래 순서대로 챙기시면 처방을 받아 올 때 놓치는 것이 줄어듭니다.

첫째, 지금 쓰는 안경의 도수부터 확인하십시오. 새 값만 알아서는 무엇이 얼마나 바뀌는지 알 수 없습니다. 많이 바뀔수록 적응 기간도 길어집니다.

둘째, 하루 중 가장 오래 보는 거리를 말하십시오. "컴퓨터를 많이 봅니다"보다 "화면이 팔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고 하루 여덟 시간쯤 봅니다"가 훨씬 쓸모 있습니다.

셋째, 지금 불편한 것이 언제 오는지 말하십시오. 아침부터인지 오후에만인지, 멀리 볼 때인지 가까이 볼 때인지에 따라 어느 쪽으로 고칠지가 달라집니다.

넷째, 난시 방향과 양쪽 차이가 예전과 달라졌는지 물어보십시오. 달라졌다면 적응 기간이 있겠구나 하고 미리 마음을 먹을 수 있습니다.

다섯째, "며칠까지 이래도 정상인가요"를 물어 오십시오. 아직 적응 중인 것과 값이 안 맞는 것을 가르는 시점이 있습니다. 그 날짜를 미리 들어 두시면 불편할 때 헷갈리지 않습니다.

이 다섯 가지는 안경을 맞추러 갈 때가 아니라 검사를 받을 때 정리하셔야 합니다. 처방이 한 번 정해지고 나면 손볼 수 있는 폭이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예전 처방 기록을 날짜까지 챙겨 가시면 첫 번째는 저절로 해결됩니다.

콘택트렌즈도 같이 쓰고 계시면 준비가 하나 더 붙습니다. 검사 전에는 렌즈 착용을 중단해야 하며, 중단 기간은 렌즈 종류와 눈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예약할 때 확인하십시오. 렌즈를 끼고 지낸 각막은 평소 모양과 다르게 측정돼서, 그 값으로 잡은 처방이 흔들립니다. 렌즈 종류마다 며칠을 빼야 하는지가 다르고, 딱딱한 렌즈일수록 더 길게 잡는 것이 보통입니다. 요일과 시간은 진료시간 안내에서 미리 보고 가시면 검사를 하다 말고 다음에 다시 오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안경을 바꿀 때 나오는 질문

잘 보이는데 왜 도수를 낮춰서 주나요?

가장 선명한 값과 하루 종일 써도 안 피곤한 값이 다를 때가 있습니다. 주로 보시는 거리에 맞춰 조금 기울여 잡은 것입니다.

새 안경이 어지러운데 계속 써도 되나요?

난시 방향이나 양쪽 차이가 바뀌면 적응 기간이 생깁니다. 다만 며칠이 지나도 똑같으면 다시 확인해 보십시오.

안경을 오래 쓰면 눈이 더 나빠지나요?

안경은 초점을 옮겨 주는 도구일 뿐이고, 도수가 변하는 것은 눈 자체가 변해서라고 봅니다. 다만 도수가 안 맞으면 눈이 더 피곤해질 수는 있습니다.

도수가 계속 변하는데 언제 다시 재야 하나요?

불편해졌을 때가 다시 잴 때입니다. 자주 변하는 편이라면 그 기록 자체가 다음 판단에 쓰이니 날짜까지 남겨 두십시오.

안경으로 난시를 다 교정할 수 있나요?

난시의 크기와 방향에 따라 다릅니다. 다 못 잡고 남는 것이 있는지, 있으면 얼마나 남는지 처방받으실 때 같이 물어보십시오.

안경테를 바꿨을 뿐인데 느낌이 달라졌습니다.

렌즈가 눈에서 떨어진 거리와 기울어진 정도가 달라지면 느낌이 바뀔 수 있습니다. 도수가 높을수록 더 크게 옵니다.

가까운 거리용 안경을 따로 두는 것이 나을까요?

도수 하나로 모든 거리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 그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어느 거리를 이 안경에 맡길지부터 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안내이며 개인의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도수 숫자만 받아 오지 마시고, 그 값을 어느 거리에 맞춰 잡은 것인지 꼭 같이 물어보십시오.